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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들의 이야기

"조 목사 주식 매매 지시" 법정서 거듭되는 증언!

▲ 배임·탈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용기 목사의 3차 공판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전 총무부장은 당회장의 결재 없이 200억 원 상당의 거금을 일시금으로 지급할 수 없다고 증언했다. 사진은 10월 7일 2차 공판이 끝난 뒤 법원을 나서는 조 목사의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초점 없는 눈동자, 굳게 닫힌 입, 움츠러든 어깨.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선 조용기 원로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공판 내내 미동 없이 앉아 있었고, 두 눈은 기도하는 듯 감고 있었다.

 

배임·탈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용기 목사의 3차 공판이 10월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다. 형사 23부(조용현 재판장)는 조 목사가 여의도순복음교회 당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요직에 있었던 인사들을 불러 신문했다. 조 아무개 전 총무부장, 영산기독문화원 이사장과 사무국장을 지낸 박 아무개 장로가 증인으로 나섰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2002년 영산기독문화원이 소유한 아이서비스 주식 25만 주를 적정가보다 서너 배 이상 비싸게 사들였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조 목사와 큰아들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이 사전에 공모했고, 결과적으로 교회에 153억 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것으로 봤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조 전 총무부장은 당회장 결재 없이 200억 원 상당의 금액이 일시금으로 거래된 적은 없었다고 했다. 2002년 당시 주식 매입 제안서를 봤을 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지만 윗선의 지시여서 거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윗선이 누구냐는 수사 검찰의 질문에 총무국장 김 아무개 장로라고 했다. 앞서 김 장로는 10월 7일 열린 2차 공판에서 주식 매입은 조 목사가 지시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관련 기사 : 조용기 목사를 하나님 다음으로 섬겼으나)

 

조 전 총무부장은 허위 문서를 작성했다고 진술했다. 2004년 6월경 나 아무개 총무국장의 지시로 2001년 6월 20일에 실무 장로 회의가 있었던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고 했다. 하지만 허위 문서가 세금 탈세를 위한 목적으로 쓰일 줄은 몰랐다고 했다. 검찰은 주식 매입 과정에서 103억 원의 세금이 나왔는데 교회가 증여가 아닌 일반 거래로 위장, 60억 원의 세금을 감면받은 것으로 봤다.

 

오후 공판에는 영산기독문화원 박 전 이사장이 증인으로 나섰다. 박 전 이사장은 2002년 11월 28일 넥스트미디어홀딩스 전 대표이사 차영 씨를 데리고 교회 총무국장을 찾았다. 교회 실정에 어두운 차 씨가 부탁해 동행한 것이라고 했다. 총무국장을 만나 넥스트미디어홀딩스가 작성한 영산아트홀 매입 제안서와 부동산 매입 계약서 등을 건넸다. 그러나 서류에 아이서비스 주식 매매 계약 문서가 있었는지 몰랐다고 했다. 주식 매매 사실은 검찰 조사를 통해 알았다면서 조희준 전 회장의 지시로 주식 매매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희준 전 회장 측 변호인은 영산기독문화원이 아이서비스 주식을 산 시기는 2001년 7~9월이며, 당시 조 전 회장은 언론사 세무조사 건으로 법정 구속 중이었다고 했다. 사실상 이 사건과 조 전 회장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박 전 이사장은 "영산기독문화원은 넥스트미디어홀딩스 계열사였다. 구속과는 별개로 회장 겸 대표이사였던 조희준의 의중과 상관없이 일이 처리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오전 10시에 시작한 공판은 오후 6시 30분에 끝이 났다. 조 목사 측 변호인이 조 목사의 일정 등을 이유로 공판 연기를 요청했다. 재판장은 검찰 측에 의견을 물은 뒤 박 전 이사장의 추가 신문은 다음 공판에 하기로 했다.

 

여의도 장로들, 조 목사 놓고 설전

이날 재판장에서는 검찰·변호인·증인의 말이 쉴 새 없이 오갔고, 재판장 밖에서는 장로들 간의 설전이 이어졌다. 오후 공판 휴정 시간에는 조 목사 지지 측 장로들과 반대 측 장로들이 감정 섞인 말을 내뱉으며 신경전을 벌였다. 지지 측 장로들은 "교회 일은 교회에서 끝내야지 밖에서 해결하려 한다", "원로목사님께 은혜받고 그런 식으로 살면 안 돼. 세상 그렇게 살지 마"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반대 측 장로들은 "잘못을 저질러 놓고 회개도 안 하는 목회자가 어디 있느냐"며 맞섰다. 주위가 시끄러워지자 경위가 나서서 장로들을 제지했다.

 

조 목사 측은 언론 노출을 막기 위해 법원 출두 전략을 바꿨다. 공판장에는 30~40여 분 일찍 출석했다. 수행하는 인원은 이전 공판에 비해 늘어났다. 목사·장로로 이뤄진 10명의 측근은 조 목사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에워싸고 호위했다. 검정 우산을 펼쳐 조 목사의 얼굴이 사진에 찍히지 않도록 막았다. 다음 공판은 11월 11일 오전에 진행된다.

  
▲ 3차 공판이 끝난 뒤 목사, 장로 등으로 구성된 10여 명의 조용기 목사 측근이 조 목사를 에워싼 채 법원을 빠져 나가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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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bansuk

등록일
2023-08-27 16:49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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